4천 년도 더 전에 처음 재배된 무화과처럼, 이 관능적인 과일 역시 몸집이 작은 말벌, ‘카프리 무화과’라 불리는 반 야생 무화과나무, 그리고 재배한 무화과나무의 독특한 시너지 효과이다. 말벌은 카프리 무화과나무에서 알을 부화시키며, (말벌은 카프리 무화과는 먹지 못한다.) 근처에 심은 스미르나 무화과 나무의 퇴비가 되어준다. 이 무화과는 우리나의 무화과와 거의 유사한 생김새다. 적색의 껍질에 빨간 속살과 씨앗이 보인다. 스미르나 무화과는 에게 해에 터키의 항구 도시인 이즈미르의 그리스식 이름을 딴 것으로, 지중해 연안에서는 보통 1년에 두 번 열매를 수확한다. 일반적으로 두 번째 수확하는 열매가 더 작고 단맛이 강하며, 나무에서 따자마자 싱싱한 생과일로 먹는다. 운송해서 유통 체인을 통해 배급하는 무화과는 더 질기고 즙도 적다. 껍질은 녹색부터 진보라색까지 다양하지만, 과육은 언제나 빨갛고 “씨”(식물학적으로는 각각의 작은 개별 열매이다.)로 가득하다. 스미르나 무화과를 말리면 씨는 다른 무화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삭함과 견과 향을 더해준다. 스미르나 무화과를 쌀 때에는 때때로 바구미를 쫓기 위해 상자에 월계수 잎을 넣는다. 월계수는 음식을 위해서도 사용하지만 벌레를 쫓는 성분이 있다고도 한다. 스미르나 무화과의 표면은 탱탱하면서도 유연하다. 과육은 입에서 녹는 듯하며, 맛을 꿀처럼 달달하다. 무화과는 고대 이집트에서 신에게 바쳤던 과일로 알려져있다. 고대 이집트 화석을 보면 머리 위에 무화가를 가득 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잘 익은 서양모과는 쭈글쭈글한 갈색의 과실이다. 아랫쪽 끝에 씨방이 노출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영어로는 ‘오픈아스’(“벗어진 덩어리”라는 뜻)라는 역사적인 이름을 가졌다. 그나마 좀 낫다고 하는 프랑스어 이름이 ‘퀼 드 쉬앙’(“개의 엉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식이름은 그리스어 멜필슨에서 유래하였으며, 그리스인들은 이 과일을 페르시안안들로부터 전래 받았다. 사실 오늘날에도 이란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과일 중 하나이다. 서양모과는 늦가을, 거의 열매가 썩어갈 때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문인 쟝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은 맛의 생리학 이라는 책에서 이 과일을 썩혀서 먹는 음식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이 썩힌 과일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서, 문호 D.H.로렌스는 서양모과를 가리켜 “갈색의 병마를 담아놓은 가죽부대이자 가을의 배설물”이라고 혹평하였다. 그러나 돼지들은 서양모과를 좋아하며, 에드워드 시대의 문인인 사키는 수퇘지라는 책에서 이 악의적인 짐승이 “한 줌의 물러터진 서양모과”에 그대로 무장해제하고 말았다고 쓰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들은 서양모과 치즈와 젤리를 만들어먹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의 감과 비슷한 서양모과는 서리가 내린 다음에 따야 제맛이다. 과육은 불투명하고 젤라틴질이며, 매우 달콤해서, 레이네트 품종 사과에 설탕을 듬뿍 쳐서 만든 타르트를 연상시킨다.

Posted by Chae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