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인도에 간 영국의 식물학자들은 낯설고 이
국적인 과일들을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이 발견하고
그것들에 일일히 영어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파인
애플과 커스터드애플은 이러한 연유로 탄생하였다.
벨은 빌바, 붓다 프루트, 홀리 프루트, 벵골 모과 라고
도 불르며 ‘나무사과’라는 별명도 있다.
가시투성이의 벨 나무는 인도가 원산이지만 동남아시
아 전역에서 자란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나무로,
시바 신이 벨 나무 아래 산다고 하며, 타원형의 뾰족
한 잎은 종교 의식에 쓰인다. 또 의학적으로 효험이
있어 이질부터 감기 몸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
의 치유에 쓰인다. 감귤류와 생물학적으로 가까우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자 설탕으로 단맛을 내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방콕에서는 가족 단위의 소규모
산업으로 벨 열매로 건조시켜 은근하게 스모키한
향미를 지닌 톡 쏘는 맛의 시럽으로 만든다. 인도에
서는 씨가 들어있는 과육에 설탕, 그리고 때로는 타
마린드를 섞어 상쾌한 음료수를 만든다. 또 과일 차
나 잼, 피클, 심지어 토피를 만들기도 한다.
엷은 주황색의 과육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지만,
상큼한 감귤 맛은 몸을 서늘하게 해준다. 야생에서
딴 열매는 재배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타닌이 강하다.
이 배 모양 과일의 울퉁불퉁한 겉모습 안에는 ‘잉카
의 보석’이라 불리는 크리미하고 우아한 속살이 숨
어있다. 마크트웨인은 체리모야를 가리켜 “인간이
아는 한 가장 맛있는 과일”이라 하였다.
에콰도르에서 페루가 원산지인 체리모야는 오늘날
마크트웨인이 이 과일을 처음 접한 하와이는 물론,
캘리포니아 해안 지대와 뉴질랜드를 아우르는 전
세계의 아열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체리
모야라는 이름은 고대 잉카인들의 퀘추아어로 ‘차
가운 씨앗’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과육의 질감이
커스터드 같다고 하여 ‘커스터드 애플’이라 불리는
과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잘 익으면, 체리모야는 조금만 잡아당겨도 떨어진다.
반으로 자르거나 썰어서 숟가락으로 과육을 떠먹는
다. (껍질과 씨앗은 먹을 수 없다.) 사과, 베리류, 바
나나 등으로 만든 과일 샐러드에 넣으면 좋으며, 레
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과 함께 내면 흥미로운 향
미의 대비를 즐길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요구르
트와 함께 내거나, 크림을 섞어 풀(삶은 과일을 으깨
어 우유 또는 크림에 섞은 것)로 만들어도 좋다. 아
니면 아예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로 만들어도 좋다.
체리모야의 크리미하고 맛있는 하얀 과육은 바나나,
파파야, 파인애플을 부드럽게 섞어놓은 것에 코코
넛, 망고, 바닐라를 살짝 가미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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